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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첫 바이크 킴코 다운타운 125바이크 리뷰 2020. 4. 26. 14:41
킴코社 다운타운 125(Kymco Downtown 125) 바이크와 첫 인연이 시작된건 2014년 봄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통학용으로 스쿠터를 타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알아보다보니 관심이 생겼다. 작은 스프린트 스쿠터보다는 몸집이 큰 빅스쿠터가 더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스즈키 버그만125를 사려고 했는데, 재고도 별로 없었고 샵에서 125cc짜리 빅스쿠터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만류했다. 몸집이나 무게에 비해서 출력이 낮아 오히려 위험하다고 했다.
빅스쿠터는 타고싶고, 버그만은 재고가 없으니 돌아다니면서 실물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바이크는 퇴계로 쪽을 가야 실물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 실물을 보러 서울 퇴계로를 갔는데, 그때 눈에 띈 것이 킴코의 다운타운125였다.
당시 영업사원은 1. 내구성이 좋다 2. 조용하다 3. 125cc 빅스쿠터 중에서는 잘나가는 편이다 라는 점을 들며 나를 설득했는데, 이제 처음 바이크를 구매하는 내가 뭘 알리가 없었다. 그냥 괜찮아보여서 샀다. 아마 프로모션 없이 거의 정가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다들 알다시피, 바이크는 프로모션 없이 구매하면 손해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다못해 할리데이비슨도 매 월 프로모션이 있고, 1년에 두어번 정도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바이크를 판매한다. 그런데, 퇴계로에서 원동기 스쿠터를 프로모션 없이 구매했다? 이건 사실상 손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바이크계의 생리도 몇 년 차 라이더가 되서야 알게되는거지 처음 바이크를 구매하러 가는 초보가 그런 것들을 일일이 따져가며 퇴계로에서 흥정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여튼, 그렇게 첫 바이크를 구매하고 당일 바로 탁송을 받았다. 당시 나는 용인 기흥구청 근처 아파트에서 살고있었는데 번호판을 받아야했기 때문에 탁송을 기흥구청 앞에 받았다. 구청 주차장에 바이크를 내려주고 탁송기사는 바로 떠났다. 나는 키를 받아들고 멀뚱멀뚱 서서 도대체 키는 어디에 꽂아야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키를 꽂고 스타트버튼을 눌러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멘붕이 왔던 기억이 난다. 올라타고 사이드스탠드를 치워야 시동이 걸리는데,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여튼, 20분인가 헤매고 나서야 바이크 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 구청 지하주차장 쪽에 들어가야 번호판을 달 수 있었는데, 자전거 타는 느낌이겠지 라고 생각하고 한바퀴를 휙 돌다가 넘어질 뻔 했다. 생각보다 너무 무겁고 둔하고 출력도 강했다. 땀을 뻘뻘흘리며 겨우 번호판들 달고 집으로 왔다.
공도에 나가기까지 7일이 걸렸다. 7일째 되는 날, 처음으로 바이크를 타고 학교에 갔는데 가는 길이 너무 재밌었다. 브레이크를 못잡아서 빨간불에 좌회전을 해버리는 묘기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튼 바이크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실감한 날이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운타운 125는 125cc 원동기 바이크들 중에서는 출력이 좋은 편인건 맞았다. 약간 높기는 했지만 착지감도 좋고 커다란 윈드쉴드덕에 주행풍도 거의 없었다. 단점이라면, 저속에서 '말타기' 증세가 좀 있었다. 스로틀을 개방하면 속도가 부드럽게 쭈우욱 밀고 올라가야하는데, 다운타운은 울컥 하면서 갑자기 속도가 급증했다가 스로틀을 원위치시키면 다시 울컥하고 속도가 확 줄어들었다. 중고속에서야 그럴 일이 없지만 도심에서 주로 타는 스쿠터가 가속 초반에 그런 현상이 있으면 몸이 앞뒤로 들썩들썩하면서 라이더를 피곤하게 한다. 또다른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배달이나 퀵서비스가 빅스쿠터를 주로 타고 하다보니 나 같은 일반 라이더도 꼭 배달알바나 퀵기사처럼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 세련되고 날렵한 느낌이 아니라, 크고 중후한 느낌이 있다보니 아재스러운 외형도 한 몫 했다.
그래도 나중에 깨달았지만, 통학을 하는 학생 입장에서 빅스쿠터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수납공간이 없으면 헬멧을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거나, 불안하지만 바이크에 올려놓아야하는데 빅스쿠터는 시트 밑에 어마어마한 수납공간이 있기 때문에 헬멧을 안에 넣을 수 있었다. 무려 2개나! 그래서 통학중에는 가방을 시트 밑에 넣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청춘의 눈에는 아무래도 세련되고 날렵한 외형의 혼다 cbr125r이나 가와사키 닌자300이 더 마음에 들었고, 결국 아버지를 설득해 닌자300으로 기변하기로 했다.
가와사키 닌자300 설득한 다음 날, 아버지가 300cc는 너무 출력이 세서 영 불안하시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승낙을 하고 영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냥 125cc인 혼다 cbr125r로 기변하기로 결정하고 원래 타던 다운타운125는 신차를 내렸던 샵에 다시 중고로 팔기로 했다. 당시에는 개인거래를 하는 방법을 몰라 그냥 샵에다가 팔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샵에다가 중고로 팔면 현금화는 빨리할 수 있지만 꽤 많은 손해를 보고 거래해야 한다는 걸 알게되었다. 여튼, 샵에다가 바이크를 넘기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바이크를 보고있으니 괜히 마음이 우울하고 바이크에게 미안했다. 첫 바이크라 정도 많이 들었고, 얼마 타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게 영 마음이 울적했다. 기변을 위해서 파는 것이지만, 꼭 오래된 친구 하나를 떠나보내는 그런 기분이랑 비슷했다.
그렇게, 나는 바이크의 세계에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